만성 신장병 환자의 증가에 따라 신장의 기능을 대신하는 ‘신대체요법’이 필요한 환자 역시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만성 신장병 환자는 2015년 17만576명에서 2019년 24만9283명으로 최근 5년간 46%나 증가했다.
만성 신장병이 악화해 신장 기능이 회복될 수 없는 말기신부전에 이르면 신대체요법인 혈액 투석, 복막 투석, 신장 이식 중 한 가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신대체요법 중 가장 많은 70% 이상을 차지하는 혈액투석 환자 수는 2018년 9만901명으로 2014년 대비 22.8% 증가했고, 진료비는 2조6340억 원으로 45.5% 늘어났다.
잦은 혈관 성형술, 투석 혈관의 생명 단축해만성 신장병으로 혈액 투석을 받게 되면 혈액 투석기로 충분한 양의 혈액을 보내줄 수 있도록 동맥과 정맥을 이어 ‘동정맥루’라고 하는 굵은 혈관을 만들게 된다. 혈관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인조 혈관’을 이용해 투석 혈관을 조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투석 혈관은 투석 환자에게는 생명줄이나 다름없으므로 장기간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혈액 투석을 받는 환자는 주 3회씩 투석을 받아 1년에 약 300회 주삿바늘에 노출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원인으로 혈관에 협착이 생기거나 혈전증 등으로 투석 혈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말기 신부전 환자들은 혈관 상태가 좋지 않고 만성 염증에 노출되어 혈관이 좁아지는 협착증이 발생하기 쉽다. 이 경우 투석 효율의 저하는 물론 투석 자체를 못 받게 되기 때문에 혈관 협착이나 혈전증은 투석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투석 혈관에 협착증이 발생하면 풍선 카테터라는 가는 관을 삽입해 혈관을 넓히는 혈관 성형술을 받게 된다. 그런데 최근 투석 혈관이 망가져 혈관 성형술을 받는 환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국내 연구에 의하면 3달에 한 번꼴로 혈관 성형술을 반복적으로 받는 환자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신장내과 최선령 교수는 “모든 약에는 좋은 효과와 부작용이 따르듯 혈관 성형술도 예외는 아니”라며 “잦은 혈관 성형술은 혈관 벽이 두꺼워지는 내막 비후 등의 합병증을 가속화해 오히려 투석 혈관의 생명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년에 300회 주사 꽂는 투석 환자, 투석 혈관 관리 가장 중요투석 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충분한 혈류가 나오지 않고 정맥압이 올라가거나 팔이 붓거나, 바늘 제거 후 지혈 시간이 평소보다 연장되는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때문에 투석 혈관에 이상이 있는 경우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최선령 교수는 “동정맥루나 인조 혈관 부위가 눌리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고, 환자 스스로도 자신의 혈관에 대한 기본적인 평가 방법을 익히고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투석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동맥류 역시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혈관 기능에 문제가 없다면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기능 이상을 동반하거나 미용적으로 문제가 될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투석 혈관에 동맥류가 발달한 부위의 피부가 얇아져서 광택이 생긴다면 급성 출혈로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재진 교수는 “투석 혈관 수술은 단순하게 동맥과 정맥 또는 인조 혈관을 이어놓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번의 수술로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투석 혈관을 만드는 것이 환자의 장기 생존율과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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