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자녀의 자폐증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부모들이 크게 늘고 있다. 여기에 실제 자폐성장애 발병률도 함께 늘어나면서 국내 자폐증 환자들의 숫자가 증가하는 추세다.조사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 세계 자폐성장애를 진단받은 환자의 수가 2~3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자폐 인구가 많아지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생물학적 변화다. 현대에는 첫 출산 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환경호르몬에도 많이 노출된다. 이러한 생물학적 변화는 태아의 신경 발달에 변화를 주어 자폐성장애 위험을 증가시킨다. 두 번째는 진단 기준의 발달이다. 진단 기준이 크게 발달하고 정교해지면서 이전 진단 기준에서는 잡아내지 못했던 고기능 자폐까지 진단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자폐성장애 환자의 절대적인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출생 직후 2년이라는 기간은 신생아 뇌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자폐증 진단은 3살 이후에 이루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만약 진료 결과 내 자녀가 자폐증이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자폐증 진단을 받으면 부모는 큰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2021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다행히도 자폐증 초기에 부모가 노력을 한다면 자폐증 증상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호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the 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와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the university of manchester) 합동 연구진은 공동 연구를 통해 신생아가 자폐증 초기 증상을 보일 때 부모에게 대처법을 교육하면 자폐증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호주 멜버른과 퍼스에서 자폐증 초기 증상을 보이는 9~14개월 신생아 103명을 모집했다. 신생아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 한 그룹의 부모에게는 다섯 달 동안 자폐증의 주요 증상인 '눈을 마주치지 않는 아기와 소통하는 법', '아기의 감각 발달을 돕는 방법으로 놀아주는 법'을 가르쳤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아이들이 세 살이 되었을 때 자폐성장애 진단 범위에 해당하는 아이는 불과 7%였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여전히 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사회적 참여도가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 자폐증 아이들에게서 주로 보이는 감각 기관 문제가 반복 행동 장애 등을 보이는 경우도 매우 적었다. 반면 기존의 양육 방식으로 길러진 아이들의 자폐성장애 진단율은 20%에 달했다. 연구에 참가했던 맨체스터 대학교 조나단 그린(jonathan green) 교수는 "기존에 존재했던 자폐성장애 치료법은 발달의 차이를 흔히 말하는 '일반적 행동'으로 메꾸려고 해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실험에서는 각 아이들이 가장 알맞고 최선인 방식으로 배울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에 초점을 두었다"라고 강조했다. 영국에 본부를 두고 활동하는 자폐증 연구 자선단체 오티스티카(autistica) 제임스 쿠작(james cusack) 박사는 이번 연구를 매우 높게 평가하며 "자폐증 환자에게 알맞은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신생아의 발달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전했다. 연구의 주요 참여 인원 중 한 명인 앤드루 화이트하우스(andrew whitehouse)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 교수는 이번 연구를 "어린이 건강 연구사의 가장 획기적인 순간 중 하나이며 중요한 전진"이라고 평가하며, "각 아이들의 강점과 문제를 이해하고 한층 더 나은 지원과 치료법을 적용해 아이들이 미래에 그들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연구가 소규모로 진행되었으며, 효과가 오랜 시간 지속되는지 확인하려면 더 많은 아이들과 장기적인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