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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제도,?의료?시스템?선진화의?해법?될?수?있을까?...?"우려의?목소리도"?[인터뷰]
'대형병원 3시간 대기, 3분 진료', 세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면, 이 말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인구 고령화로 점점 늘어나는 의료비와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현재 의료전달체계의 한계를 드러낸다.
이에 일부 국가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주치의제도를 도입하면 불필요한 의료비를 줄이고 만성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기대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주치의 제도는 의료전달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고,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질적 대안으로 오랜 기간 논의돼 왔다. 하지만 그 어떤 훌륭한 정책과 제도에도 장점에 가려진 이면이 있듯, '주치의 제도'에도 도입이 미뤄져온 이유가 있다.
주치의 제도는 환자와 그 지역사회를 잘 아는 1차 의료기관(동네 의원 등) 주치의가 관계를 지속하면서 질병의 예방과 치료, 관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로, 보통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수행하는 것이 기본이고, 상급 병원으로의 전원이 필요한 경우 주치의가 의뢰할 수 있다. 세부적인 기준과 대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덴마크,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일본 등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과연 주치의제도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해법일까, 아니면 또 다른 혼란의 시작일까? 일선 의료 현장에서 현 의료시스템의 장단점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내과 전문의 김용섭 원장(제일좋은내과의원)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Q. 주치의 제도의 도입,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입니다. 노인 인구 증가는 만성질환의 유병률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막대한 의료비 지출로 귀결됩니다. 주치의는 환자의 건강 상태를 장기적으로 파악하고, 질병 예방과 맞춤형 건강 관리를 통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 노인 인구가 건강보험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효율적인 질병 관리를 통한 재정 건전성 확보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비효율적인 의료전달체계 개선에도 주치의 제도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현재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은 의료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주치의는 환자가 일차 의료기관에서 기본적인 진료를 받고, 필요할 때만 상급병원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게이트 키퍼' 역할을 수행하여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고 대형병원의 과밀화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는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 제공으로도 이어집니다. 환자의 병력뿐만 아니라 생활 환경, 심리적 상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포괄적인 진료는 환자와 의료진 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불필요한 중복 진료와 검사를 줄여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궁극적으로 주치의는 질병의 예방적 관리에 중점을 두어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장기적으로 국가 전체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일조할 것입니다.
Q. 주치의 제도가 정착되면 어떤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주치의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다음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첫째, 연속적이고 포괄적인 진료입니다. 환자는 주치의를 통해 자신의 건강 이력을 일관성 있게 관리받으며, 이는 질병의 조기 진단 및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둘째, 의료 접근성 향상 및 건강 사각지대 해소입니다. 지역사회 내에서 쉽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의료 소외 계층에게도 일정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셋째, 의료 서비스 질 개선 및 만족도 향상입니다.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 관계가 깊어지면서 환자는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맞춤형 진료를 통해 의료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넷째, 의료비 절감 및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입니다. 불필요한 상급병원 이용과 중복 검사를 줄여 의료비 지출을 효율화하고, 예방 중심의 의료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 기여합니다.
다섯째, 대형병원 쏠림 현상 완화입니다. 주치의가 경증 질환을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상급병원으로 의뢰함으로써 대형병원 과밀화를 해소하고, 상급병원은 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Q. 주치의 제도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요.
물론 주치의 제도 도입에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우려점과 넘어야 할 여러 가지 이해관계들도 존재합니다.
첫째, 환자의 진료 선택권 제한 우려입니다. 주치의의 의뢰 없이는 전문의 진료가 어렵게 되어 환자의 자유로운 의료기관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있고, 특히 여러 전문과 진료가 필요한 노인 환자에게는 불편함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둘째, 의료기관 및 전문 영역 간 형평성 문제입니다. 주치의란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므로 일반적으로 내과나 가정의학과 전문의 정도만 가능하다고 판단됩니다. 안과나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의사가 전반적인 의학적 조언이나 치료 관리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각 전문과 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전문적인 의료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고 의료 질을 하향 평준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셋째, 추가적인 행정 업무 및 보상체계 문제입니다. 주치의에게 등록 환자 관리, 심야 환자 관리 등 부가적인 행정 업무가 가중될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와 다른 '인두제'와 같은 보상 체계로의 전환은 저수가 문제와 맞물려 의료기관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넷째,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 및 제도 정착의 어려움입니다. 주치의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일차 의료 인프라 확충, 의료 인력 양성, 관련 시스템 마련에 막대한 재정 투자가 필요합니다. 또한, 국민과 의료계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 없이는 성공적인 정착이 어렵습니다.
다섯째, 의료인의 법적 책임 문제입니다. 주치의가 환자의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거나 오진할 경우 발생하는 법적 책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합니다.
Q. 주치의 제도 도입의 장단점을 고려해 우리나라에서 잘 정착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주치의제도는 고령화 사회의 의료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의료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환자의 선택권 보장, 각 전문 영역 간의 형평성 문제 해결, 합리적인 보상 체계 마련, 충분한 의료 인프라 확충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신중한 접근과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외국의 제도를 모방하기보다는,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 맞는 최적의 모델을 찾아 국민과 의료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주치의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