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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우울증의 주요 원인 ‘사별’, 극복 방법은?...정신건강의학과 김수로 원장 [인터뷰]

2014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실태 조사에 따르면 건강과 경제적인 어려움, 인간관계 단절, 외로움 등이 고령층의 우울증을 유발하는 주된 요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수의 논문이 외로움을 고령층의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배우자와의 사별과 그로 인한 외로움이 고령층 우울증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고 있다.



사별은 남은 배우자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ㅣ출처: 게티 이미지뱅크

1986년 발표한 미국 유타 대학교(the university of utah)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배우자의 죽음은 남겨진 사람의 정신건강을 악화시켜 우울증을 유발한다. 이외에도 2004년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 크리스티 윌리엄스(kristi williams) 교수도 사별은 성별과 관계없이 남은 배우자의 정신건강을 크게 악화시킨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2017년에 발표된 미국 미시간 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 아푸르바 자다브(apoorva jadhav) 교수는 본인의 연구를 통해서 대한민국을 '사별이 정신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로 지목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사별 이후 한국인의 우울지수 상승 폭이 미국의 2.6배 높았다. 이렇게 사별은 남은 배우자의 정신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치지만, 사별로 인한 우울증에 대한 대한민국의 인식은 매우 낮다.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별로 인한 우울증은 또 다른 정신건강 문제나 신체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우울 증상이 어느 수준이 이상이 되면 병원을 꼭 방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김수로 원장(장성기독의원)과 배우자 사별로 인한 고령층 우울증과 그 극복 방법에 대해서 알아본다.



대한민국 고령층 우울증 문제의 현실

이미 미디어를 통해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조사에 따르면 oecd 평균인 2.6%의 1.7배이며 2048년에는 oecd 국가 중 가장 고령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이는 향후 많은 고령층 관련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중에서도 인지기능 저하, 자살, 사망률과도 관련 있는 고령층 우울증이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더불어 정신건강의학과 내원에 소극적인 문화적 특성과 독거노인 비율의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촉발된 고립감·외로움의 증가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고령층의 우울증 문제가 추후에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 사별 스트레스와 우울증

고령층에 있어 사별로 인한 애도는 우울 증상과 중복되는 요인이 많으므로 우울장애의 고위험 인자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또한 사별 후 경과한 시간과는 무관하게 고령층 우울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별 후 우울증의 위험요소로는 '부적절한 가족의 대처 방법', '신체 질환', '불충분한 지지체계', '불안증상' 등이 있으며 특히 사별로 인한 우울증의 경우에는 중증 우울증으로 진행되는 사례가 많고 극단적 선택의 위험성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별(bereavement) 반응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중요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정서적, 신체적, 인지적 반응의 집합체를, ‘정상적인’ 애도 혹은 사별 반응의 기준으로 봅니다. 배우자와 사별한 사람은 배우자 사망 후 2~6개월간 급성적인 고통을 겪게 됩니다. ‘정상적’사별 반응을 규정할 수 있는 애도의 단계나 시간에 따른 변화 유형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고령층은 배우자 사망 후 1년 정도 경과하면 정서적으로 상당히 회복됩니다. 그러나 일부의 경우 상실감이 끝나지 않고 지속되기도 합니다. 애도 반응이 1년 이상 지속될 때 '병리적 애도'라고 규정하며, 배우자와 사별한 사람의 약 15%가 주요 우울장애에 해당되거나, 심각하고 만성적인 애도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 누가 더 사별의 영향을 크게 받나

사별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생물학적 요인', '사회적 요인(생활 사건들, 사회적 역할과 지위, 지지체계)', '심리적 요인(대처기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성의 경우 사별 후 우울증 위험이 남성보다 높습니다. 여성은 사별 후 남성보다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영향을 받고 외부 활동이 줄어들거나 대인관계의 구조적 체계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배우자가 사망한 후 본인도 뒤이어 사망할 위험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습니다. 이렇게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아마도 사회적 관계를 촉진시키고 건강을 향상시키는 행동을 하도록 도와주던 아내의 역할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사별 스트레스 극복 방법

사별 이후 삶에 적응해나가는 것에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을 해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서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좋지 않으므로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과 함께 슬픔을 나눈다거나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애도는 고인과의 기억을 잊는 것이 아니라 고인을 온전하게 기억하고 마음속에 재배치함으로써 고인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심리적 고통이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겠습니다.



김수로 원장(장성기독의원)ㅣ출처: 장성기독의원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수로 원장(장성기독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