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건강한 생활 방식을 찾아야 할 때다”생화학자 제시 인차우스페(jessie inchauspe)가 지은 ‘글루코스 혁명’에서는 다이어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조건 굶고 힘들게 운동하는 다이어트가 아닌, 체지방이 빠지는 원리를 제대로 알고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이 책의 감수를 맡은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조영민 교수는 “현명하고 지속가능한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혈당’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조영민 교수와 함께 혈당과 다이어트의 관계, 올바른 혈당 관리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q. 이번에 감수를 맡으신 책 ‘글루코스 혁명’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글루코스 혁명’ 책은 제목 그대로 포도당의 혁명에 대한 내용을 담았는데요. '혈당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은 의료진이 혈당 관리에 있어서 주축이 되었다면, 이 책을 읽은 뒤에는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도 연속혈당 측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서 자신에게 맞는 식이요법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q.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서 다이어트가 가능한가요?다이어트하면 흔히 적게 먹는 데만 포커스를 맞추는데요. 이런 방법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다이어트를 기피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글루코스 혁명에서는 무조건 굶는 것이 아닌, 자신의 혈당을 모니터링 해 ‘살을 찌게 만드는 음식’을 피하는 방법을 강조합니다.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혈당 스파이크’가 나타나면 이에 따라 인슐린 분비도 증가하면서 살이 쉽게 찌게 되는데요. 이를 피하면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서 좀 더 효과적으로 다이어트를 할 수 있습니다.
q. 혈당 스파이크가 우리 몸에 얼마나 해로운가요?연속혈당측정기를 이용하면 혈당 수치를 그래프로 볼 수 있는데요. 산처럼 뾰족하게 솟아오른 부분을 혈당 스파이크라고 합니다.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기를 원합니다. 즉, 항상 일정한 수준의 혈당을 유지하고자 하는데, 급격하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자체가 몸에서는 스트레스가 되고요. 과학적으로 실험을 해보면 혈당 스파이크가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거나, 염증 유발, 과도한 인슐린 분비를 통해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혈당 스파이크는 건강을 위해 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 우리 몸에 해로운 혈당 스파이크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혈당 스파이크를 줄이는 방법은 다양한데요. 먼저 음식을 섭취할 때 설탕 성분, 즉 단순당이 들어있는 비율을 낮춰야 하고요. 섬유질이나 약간의 지방 성분을 첨가해 먹거나 운동을 하면 식후에 혈당 스파이크가 나타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식초를 섭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데요. 단, 그냥 식초를 섭취하면 굉장히 위험하고요. 소량을 물에 타 희석해서 먹어야 합니다. 한 실험 결과에서는 식초가 알파-아밀레이스(α-amylase)를 억제해 탄수화물이 단순당으로 변화하는 속도를 지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아직 아주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기에는 좀 이른데요. 아직 효과나 안전성이 확립되지는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인지한 뒤에 시도할 것을 권합니다.
q. 같은 음식이라도 사람마다 혈당 변화가 많이 다른가요?과거에는 어떤 음식이 식후 혈당에 기여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는 혈당지수를 통해 표현했습니다. 예를 들어 설탕을 먹었을 때 식후에 올라가는 혈당이 100, 사과를 먹었을 때 60이 올라간다고 하면 사과가 설탕보다는 40%가 혈당이 덜 오르는 것이죠. 그런데 연속혈당측정기가 도입되면서 식후 혈당을 쭉 모니터링 해보니, 똑같은 음식이라도 사람마다 식후 혈당에 대한 반응이 다른 것을 확인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사과를 먹었을 때 혈당 지수가 60이라면, 어떤 사람은 80, 40으로도 나타난 것이죠. 따라서 이제는 평균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내 몸의 혈당을 올리는 음식을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q. 먹는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혈당 스파이크를 막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같은 음식을 먹어도 어떤 순서로 먹느냐에 따라 혈당 스파이크가 나타날 수도 있고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디저트처럼 달콤한 음식은 단독으로 먹게 되면 혈당 스파이크가 급격하게 나타납니다. 그런데 약간 지방 성분이 있거나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고 난 후에 디저트를 먹으면 혈당 스파이크가 덜 나타납니다. 따라서 혈당을 올리는 음식을 꼭 먹고 싶다면 간식으로 먹는 것보다, 식후에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q. 이 밖에도 혈당을 잘 조절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자신의 혈당 패턴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한데요. 먼저 식후 혈당을 한번 재보는 것이 제일 좋고요. 그 다음은 연속혈당을 모니터링하면서 식후 몇 시간 후에 혈당이 가장 높게 올라가고 언제쯤 다시 정상화되는지, 그리고 운동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인슐린을 맞는 당뇨병 환자분들 같은 경우에는 혈당 모니터링을 통해 패턴을 파악하게 되면 음식에 따라서 인슐린양을 조절하거나, 인슐린을 맞는 타이밍을 조절해 더욱 효과적으로 혈당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도움말= 조영민 교수(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전문의)